정지우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 관능하는 욕망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요: 소설 『은교』와 영화「은교」 관능적이다. 박범신, 『은교』, 프롤로그 중 13쪽. 한 편의 글을 마무리 짓는 문장 중 이렇게 꿈틀거리는 것을 본 적 있었나. 액체를 뿜어 휘갈긴 듯 이 생생한 다섯 글자는, 게다가, 이런 머리의 끝에 달렸다. 프롤로그의 첫 문장이다. “나는 2009년 이른 봄에 죽었다. 그렇게 믿는다. 아닌가. 어쩌면 겨울이 가기 전에 죽었는지도 모른다.”(p7) 망자의 입으로 내뱉기 때문에 이 ‘관능’은 어떤 에로티시즘을 벗어나 생명력에 대한 절절한 욕구로 읽혔다. 회광반조回光返照인가. 알 수 없는 힘이 뒤통수를 힘껏 쳐 내 온몸의 구멍을 열었다. 그 순간, 아름다워서요, 라는 목소리를 들은 것 같다. 영화 「은교」에서 서지우가 그랬다. “그저 묻혀버릴 게 싫어서 그랬다”고, 작품을 훔쳐 발표 한 뒤 스승 이적요에..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