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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룸

웃고 있지만 슬픈, 슬퍼하지만 웃긴, 『이원식씨의 타격폼』 이원식씨의타격폼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박상 (이룸, 2009년) 상세보기 소설은 막무가내다. 되든 말든 웃겨보려고 부단히 개그를 치는 주변의 누군가를 기억하게 한다. 아무려나 싶게 쓰인 단어며 문장, 상황이 눈치 없다 싶을 정도로 열성이다. (심지어 첫 문단 여백이 없는 책의 편집까지 ‘들이댐’을 닮았다.) 그 우스운 진지함은 워낙 진심으로 웃겨서 도저히 흘려 웃을 수가 없는 것이다. 오직 무엇인가를 절절하게 애정하는 사람만이 이 경지를 만들 수 있다. 가령, 「이원식 씨의 타격 폼」에 등장하는 한 부박한 야구선수를 보자. 비루먹은 포즈가 유일한 장기로 돌변해버리는 폭소의 상황은 오직 그가 야구를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가지고 있는 시(詩) 다 내놔」의 “가지고 있는 시詩 다 내놔”라거.. 더보기
독서단상4. 『달의 바다』 외 1. 꿈에 살지 않아도 괜찮아, 어쩌면 진짜로, 『달의 바다』 달의바다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정한아 (문학동네, 2007년) 상세보기 그녀는 달을 밟지 못했을 때 행복하기를 멈추었는가. 우리는 꿈에 닿지 않았을 때 살아가기를 멈추겠는가. 책은 너무나도 선량한 “아니야, 괜찮아”의 글이다. 그런데, 이루지 못했고 나아진 것이 없는데도 괜찮다는 것은 사실 얼마나 변변찮은 말인가. “환상이 현실을 압도할 때도 있다”는 성석제 작가의 평을 빌리자. 고모의 편지는 (소설 속에서) 현실을 압도한 환상이며, 거짓이다. 다시 한 번, 작가의 글은 (소설 밖에서) 현실을 압도한 환상이며, 거짓이다. 가령 이런 부분들. 고모의 비밀을 알고 나서, “아무리 노력해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을 좋아할 수 없을 것..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