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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욱

독서단상3. 『장국영이 죽었다고?』 외 1. 하드보일드와 가까워지는 짧은 순간, 『장국영이 죽었다고?』 장국영이죽었다고?김경욱소설집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김경욱 (문학과지성사, 2005년) 상세보기 아마 이 소설집에서 그런대로 가장 경쾌한 부분은, '검은 정장을 입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소리 없이 매표소 앞에 집결했다가', '아무일 없이 뿔뿔이 흩어지는' 순간일 듯 하다. 웃길래야 웃기는 법을 까먹은 책이다. 덤덤하거나 먹먹하다. 주변에 한둘은 있기 마련인 이런 진지한 유형이 잠깐이나마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은, 어떤 물음을 들었을 때가 아닐까. 가령, 자기 고백과도 같은 조금 근원적인 의문. 내가 그렇게 해야 했을까, 내가 지금 왜 이렇게 하고 있을까. 인물들은 답을 모른다. 그게 우리와 닮아서, 소설 속의 짧은 외출이, .. 더보기
차라리 가난이었으면,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신에게는손자가없다김경욱소설집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김경욱 (창비, 2011년) 상세보기 일상속에서 가난과 궁상은 부지런히 서로의 경계를 오간다. 어릴 적부터 ‘어디가서 기죽지는 말거라’가 중요한 가훈이었던 덕분에 나는 집에 손을 벌릴망정 어지간한 경우에도 돈 없는 티는 내지 않았다. 풍요는 가난을 낭만으로 읽게한다. 찌질하지 않은 가난은 젊음의 상징이 되고, 부도덕한 부에 대한 반항이 되고, 시와 소설의 소재가 됐다. 자취를 하고 나서야 어렴풋히 궁상을 알았다. 찌질함은 다소 이상한 곳에 있었다. 배를 곯는 것보다 BB크림이 떨어지는 게 궁상맞았고, 집에 걸어서 가는 것보다 빨래 세제가 떨어지는 게 궁상맞았다. 어느 순간 내가 어떤 스토리에 기대하는 것은 손바닥에 땀이 나도록 낯부끄러운 궁핍..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