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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신문

지금, 『대학신문』입니다. 올해 초 방한한 극작가 하타사와 세이고의 회고는 기억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대지진 이후, 그는 변변찮은 시설과 인력 속에서, 무엇보다도 그 엄청난 무력감 속에서 자문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도대체 왜 지금 연극이란 말인가.” 나는 이것과 비슷한 원초의 물음을 들어본 적 있습니다. 신문사 생활 중 우리를 지치게 만든 것은 어쩌면 과도한 업무가 아니었습니다. 2011년의 힘듦은 조금 더 맥없는 것으로, 고질적인 기자 부족이나 구독률에 대한 회의, 그야말로 정체된 정체성에 대한 물음 등이 그 이유였습니다. 무엇보다도 노심초사로 얽어낸 텍스트가 소용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때면, 끝내 우리는 자문해야 했습니다. 이것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왜 지금 『대학신문』이란 말인가. 나는 그때.. 더보기
레임덕, 희망은 있는가 “여러분은 불과 1년전에 단 한 차례의 상임위 논의도 없이 국가 백년지대계인 교육 공공성을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결론지어버린 나라에서, 또 다른 국가 백년지대계인 국가 간 통상을 직권상정 처리한 결과를 보고 계십니다.” (22일, 한 트위터의 글) 2010년 12월 8일, 그리고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11년 11월 22일.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작년엔 각종 예산안 사이에 끼워 2분만에 법안을 통과시키더니, 이번에도 채 4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도 장내로 들이지 않고 비공개 회의를 진행하다 방청석 출입문 자물쇠를 부수고야 야당이 본의회장으로 들어섰다는데, 법인화 반대 의견을 외치던 학내 구성원들이 소통 않는 본부를 점거한 언젠가의 일이 괜시리 떠오르는 것은 어쩐 일일까. 수년간 계속해서 이.. 더보기
서울대 법인화 추진, 1년을 묻다 1년은 거대한 시스템을 바꾸기에 알맞은 시간인가. 1년은 무력과 허무를 깨닫기에 적절한 시간인가. 전자는 서울대 법인화 추진에 대한 물음이고, 후자는 이 사태를 마주한 서울대 학생들의 변화에 대한 질문이다. 물론 두 우문에 대한 답변과는 상관없이 2012년 서울대는 정부 소속기관에서 국립대법인으로 전환된다. 그러나 한 해의 끄트머리로 달려가는 길목에서 재차 묻는다. 지난 1년은 국립서울대학교에 어떤 시간이었나. 사실 논란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1987년 국립대법인화의 개념이 등장한 뒤 오랜기간 국립대사이에서도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서울대 본부는 2008년 독단적으로 법인화위원회를 발족했다. 본부에게 기초학문 고사나 대학의 시장화 등 우려점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얻을 수 없자 교수, 학생, 교직원 등.. 더보기
편집編輯인가 편집鞭執인가 ‘편집鞭執: 채찍을 쥠’이라고. 대학신문사 칠판 한 구석에 써 있는 말이다. 빡센 신문사 생활과 회사처럼 꽉 짜여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한 농담섞인 낙서이건만 이 말의 날카로움을 학보사의 그 아무도 쉬이 넘길 수 없을 것이다. 학보의 역사는 편집권 논쟁의 역사였다. 기사의 경중을 가리고, 할말과 하지 않을 말을 고르며, 신문의 방향을 만드는 이 작업은 종종 ‘누가 최종권한을 갖는가’로 학보사 내에서 화두에 올랐다. ‘학생기자’라는 신분 때문이었으리라. 교수가 지도를 해야 할 ‘학생’으로 대할 것인가, 판단력있는 ‘기자’로 대할 것인가에 따라 이들에 대한 태도가 갈렸기 때문이다. 더욱이 학보는 학교에서 예산을 받고 운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학교와 학생간 논란이 생겼을 때, 교수와 기자간 견해가 갈리기라도.. 더보기
새장 속의 광대 (La Cage aux folles) 「I am what I am」. 1980년대 초반 브로드웨이가 거품을 꺼뜨리며 주저앉을 때조차 크게 흥행한 뮤지컬 「새장 속의 광대(La Cage aux folles)」에 나오는 이 곡은 한 게이 가수가 장가가는 아들 앞에 엄마로 설 수 없음을 통분하며 가발을 벗어던지는 장면을 장식한다. ‘나는 그저 나일뿐’이라는 말은 얼마나 의미심장한가. 또 그 ‘나’라는 본질을 꼬이지 않게 ‘그저 나’로 정의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이것은 비단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은 어디를 봐도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둘러쓴 글들이 종종 눈에 띈다. 얼마전 법인화설립추진위원회의 일방적 구성에 반발한 노조와 학생들이 본부를 점거했다. 이 일을 지면에 올리며 일부 언론들이 선택한 단어는 ‘감금’, ‘하혈’ ‘감방(?)살이’였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