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타뮐러 썸네일형 리스트형 언어생활자가 꿰어낸 절망의 감각, 『숨그네』 숨그네 카테고리 소설 > 독일소설 지은이 헤르타 뮐러 (문학동네, 2010년) 상세보기 그곳에 사건이 있을 리 없다. 사방이 막힌 공간에는 일상의 반복뿐이다. 감각만이 순간 쌓였다가 이내 잊혀 허물어진다. 흐름을 만드는 것은 문이 열릴 때만이 가능한데, 5년간 막혀있는 수용소에 시퀀스와 내러티브가 넉넉할 리 만무하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는 자연히, 서사를 아낀다. 2차 대전 종전을 즈음한 소련의 수용소를 그린 이 책은, 절망에 빠지게 된, 혹은 절망에서 나오게 된 흐름을 서술하는 데 공을 들이지 않는다. 이로부터 코맥 매카시의 『로드』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분명 스토리의 절제나, 절망 그 자체의 묘사는 두 작품의 동류항이다. 그러나 『로드』가 '걸음'이라면 『숨그네』는 '정지'고, 그래서 '축적'..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