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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독서단상6.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외 1. 갈피를 못 잡게 하는 입체적 구성의 즐거움,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일곱개의고양이눈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최제훈 (자음과모음, 2011년) 상세보기 진부하거나 위험한 표현일지라도, 전무후무하다고 말해야겠다. 이 소설은 액자식 구성, 정도가 아니다. 읽고 있던 텍스트가 누군가의 소설이 되고, 그 서사는 다시 한 번 누군가의 발화 내용이 된다. 수많은 겹 속에서 독자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서 있던 위치를 잊는다. 이것은, 무수한 평면과 평면이 입체로 관계 맺는, 일종의 페이퍼 아트와 같다. 자꾸만 끊어지는 데도 코를 박게 하는 미스터리의 흡인력은 어지간하다. 전작처럼- 전작보다 더욱- 얇은 할 말이 오로지 아쉽지만, 그렇다고 구태여 어떤 주제를 끌어낼 것도 없다. 소설의 담론은 에셔의 .. 더보기
독서단상3. 『장국영이 죽었다고?』 외 1. 하드보일드와 가까워지는 짧은 순간, 『장국영이 죽었다고?』 장국영이죽었다고?김경욱소설집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김경욱 (문학과지성사, 2005년) 상세보기 아마 이 소설집에서 그런대로 가장 경쾌한 부분은, '검은 정장을 입고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소리 없이 매표소 앞에 집결했다가', '아무일 없이 뿔뿔이 흩어지는' 순간일 듯 하다. 웃길래야 웃기는 법을 까먹은 책이다. 덤덤하거나 먹먹하다. 주변에 한둘은 있기 마련인 이런 진지한 유형이 잠깐이나마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은, 어떤 물음을 들었을 때가 아닐까. 가령, 자기 고백과도 같은 조금 근원적인 의문. 내가 그렇게 해야 했을까, 내가 지금 왜 이렇게 하고 있을까. 인물들은 답을 모른다. 그게 우리와 닮아서, 소설 속의 짧은 외출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