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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비극으로부터 정신병원의 탄생, 「리어왕」 2013년 10월 9일(수) 오후 3시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연출 스즈키 타다시 극작 셰익스피어도가 스즈키 컴퍼니 1. 비극, 리어 단지 비참했기 때문에 희곡 「리어왕」은 오랫동안 문제작이었다. 리어왕은 오이디푸스처럼 운명에 저항하지 않아 숭고하지 못했으며, 안티고네처럼 절명을 감수하지 않아 비장하지 못했다. 그뿐인가. 판도라의 상자가 인류의 모든 악덕을 뱉어내고 밑바닥에 남긴 것이 알고보니 ‘비참함’이었던 것 마냥, 셰익스피어는 하다못해 오셀로의 열등감도, 맥베스의 야망도 그에게 쥐어주지 않았다. 그의 어리석음은 너무나 사소한 것이어서, 그의 불행에는 마땅한 당위가 없었다. 그래서 일찍이 한 문학가는 “작품의 결말을 다시 읽을 자신이 없다”고 고백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본질적으로 상연 할 수 없는.. 더보기
몸의 언어로 각색한 원시적 건강함, 「템페스트」 2011년 12월 23일(금) 오후 8시 대학로 예술극장 대극장 연출 오태석 원작 셰익스피어 극단 목화 막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이거다, 싶은 공연이 있다. 오태석의 「템페스트」가 그렇다. 태풍이 몰아쳐 배가 난파되는 다이내믹한 이 첫 장면을 이런 방식으로 표현한 무대가 또 있을까. 암전. 북소리가 극의 시작을 알린다. 막이 오른다. 파도의 부서짐보다 더 희뿌연 무대. 잔뜩 고인 스모그가 흘러나와 관객들을 몽환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 전무前無한 무대 장치라니. 무대 위에는 배우 외에, ‘아무것도 없다’. 『연극적 상상력』의 저자 로버트 에드먼드 존스는 “연기만 훌륭하면 장치란 아무런 상관이 없는 그런 것이다”라고 했었나. 이 말에 의구심이 든다면 조금 수정을 해도 좋겠다. 장치 없이도, 훌륭한 극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