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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단상: 변화의 흐름에 뛰어들기 “그녀를 만나게 해달라.” 올 여름은 종일 비가 내렸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 쏟아지는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는 광경은 난생 처음이었다. 전국 40여개 지역에서 올라온 185대의 버스와 93개 중대 7천명의 전.의경, 사람들의 애원성과 그 앞을 메운 견고한 차벽. 그런 부산의 모습은 생소하기 그지없었다. 일전에 집회 한 번 가본 적이 없었다. 사회의 문제는 누군가 시정하고 있을 것을 은연 중에 믿고 있었다. 나에게 노동자는 생활의 범위가 다른 타자였고 활동가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여름 버스에서 만난 철도청 해고자들은 그저 주변에 흔한 동네 아저씨였다. “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냐”고 웃으며 학생들에게 밥을 사줬고 버스 안에서 유행에 한껏 .. 더보기
새장 속의 광대 (La Cage aux folles) 「I am what I am」. 1980년대 초반 브로드웨이가 거품을 꺼뜨리며 주저앉을 때조차 크게 흥행한 뮤지컬 「새장 속의 광대(La Cage aux folles)」에 나오는 이 곡은 한 게이 가수가 장가가는 아들 앞에 엄마로 설 수 없음을 통분하며 가발을 벗어던지는 장면을 장식한다. ‘나는 그저 나일뿐’이라는 말은 얼마나 의미심장한가. 또 그 ‘나’라는 본질을 꼬이지 않게 ‘그저 나’로 정의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이것은 비단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요즘은 어디를 봐도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둘러쓴 글들이 종종 눈에 띈다. 얼마전 법인화설립추진위원회의 일방적 구성에 반발한 노조와 학생들이 본부를 점거했다. 이 일을 지면에 올리며 일부 언론들이 선택한 단어는 ‘감금’, ‘하혈’ ‘감방(?)살이’였다.. 더보기
웹툰, 칸막이를 걷어내고 움직임을 얻다 작가 루드비코의 만화연출법에서 보는 웹툰의 양식적 특징: 웹툰 「인터뷰」를 중심으로 *본 글에는 특정 신에 대한 스포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술 양식의 차이, 웹툰의 양식성=어슷비슷해 보이는 예술 양식이라도 태생적인 차이를 극명하게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무대 위의 움직임이 최종 결과물인 배우 본위의 연극과, 수많은 테이크과 편집을 거치는 감독 본위의 영화가 작업 중 소통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름을 보이는 것이 그러하다. 또, 신(scene)의 시야가 확연하게 다른 드라마․영화․연극이 배우들에게 요구하는 연기의 리액션 방식은 각각 차등을 보이기도 한다. 등장 10여년만에 포털사이트의 총아가 된 창작양식인 웹툰은 그 인기와 함께 발빠르게 성장했다. 기성 출판만화 작가들부터 신예 작가들까지 포섭하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