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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Book

소설 속에 사회를, 가짜 속에 진짜를: 『타워』와 『캔들 플라워』

타워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배명훈 (오멜라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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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들플라워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지은이 김선우 (예담,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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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다더니, 뭐라도 내뱉고 싶은 요즈음이다. 너무나 당연한 가치들이 무시되고 사회와 정치가 저열한 코미디로 가득한 지금, 이야기꾼이나 시인의 근질거림은 오죽하랴. 두 소설은 모두 권력과 사회에 대한 시각을 담았다. 비교하자면 『타워』는 '가짜' 속에 진짜를 담았고, 『캔들 플라워』는 가짜 속에 '진짜'를 담았다고 할 수 있을까.

『타워』의 첫인상이 박수가 터지는 상상력이라면, 뒷심은 탄탄한 현실풍자다. 674층 높이의 거대한 빌딩 국가를 구성하고 그 속에서 이념 논쟁(「엘리베이터 기동연습」), 권력의 흐름(「동원 박사 세 사람」), 작은 개체들의 힘(「타클라마칸 배달사고」), 시위현장과 정부의 태도(「광장의 아미타불」) 등을 두루 다루는 작가의 재기와 유머는 탁월하다. 너무 탁월해서 처음 머금은 쓴웃음은 짜릿하지만, 두고두고 씁쓸하다. 최근 내가 들어본 중 가장 재미있고 서릿한 거짓말이다.

『캔들 플라워』는 보다 진짜 우리 한국 사회를 이야기한다. 저자의 촛불집회에 대한 기억은 그 시작부터 6월 10일 절정의 날, 그 이후까지 소설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소녀적인 상상력과 여린 표현은 사회를 얘기하고 저항을 고민하던 머리가 흠짓 뒷걸음질 칠 정도지만, 분석과 비판이 아니라 그냥 누구나 한 순간 품었음직한 투박하고 순수한 감정들이 담겨 밉지않다. 가끔은 어린날의 상실과 바보같은 따뜻함이 그립다.

서두에 『타워』가 '가짜' 속에 진짜를 담았고, 『캔들 플라워』는 가짜 속에 '진짜'를 담았다고 했다. 맞다. 그런데 잠깐, 글쎄다.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전자를 보고 나니 훨씬 더 '진짜 사회'가 떠오르고 후자를 보고 나니 '거짓말처럼 지나간 어느 날의 감정'이 떠오른다. 어쨋든 이 근질하게 남는 여운. 두 눈을 파랗게 뜨고 지금을 얘기하는 힘, 그게 요즘의 젊은 작가들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